임종 1분 전 떠난 기억 여행, 다시 부르는 ’광화문연가’ [MHN 공연직설]
故 이영훈의 명곡들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연가', 11월 15일까지 공연

(MHN 안지훈 기자) 이문세의 명곡들을 만든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들이 강렬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며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막이 열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옷을 빼입은 '월하'가 무대 위 계단을 걸어내려오고, 이내 주인공 '명우'가 모습을 드러낸다. 인연을 관장한다고 여겨지는 신화 속 인물 월하는 죽음을 앞둔 명우의 얽힌 기억과 엇갈린 사랑을 올바르게 되돌려놓고자 그 앞에 나타났다.
명우는 월하의 손에 이끌려 기억 여행을 떠난다. 이제부터 무대는 '기억 속 빈집'으로 불리고, 명우는 죽기 전 기억을 하나씩 정리한다. 꼬인 기억은 풀어 제자리에 위치시키고, 의미를 잃은 사랑에는 다시 의미를 불어넣는다. 무대 위에 그려지는 모든 일들은 자리를 이탈한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과정으로, '좋은 죽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명우는 너무 아파 잊어버린 기억, 왜곡되고 편집된 기억을 맞닥뜨릴 때마다 기억 여행을 주저한다. 그럼에도 '여행을 이어갈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의지를 다진다. 월하는 주저하는 명우를 위해 때론 한바탕 쇼를 벌이기도 하고, 기억에 개입해 도움을 주며 여행을 가이드한다.
극의 전개를 돕는 건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이다. '붉은 노을', '옛사랑', '애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전세대를 아우르는 명곡이 적재적소에 활용된다. 워낙 강렬한 힘을 지닌 원곡에 '오징어 게임', '피지컬 100' 등 인기 프로그램의 음악을 만든 김성수 음악감독의 감각적인 편곡이 더해졌다.
기억 여행은 한 사람의 생애를 구성하는 굵직한 기억들을 모은 '인생사'에 가깝다. 오랜 시간이 겹겹이 쌓인 명우의 인생을 계절에 은유해 풀어내는 '광화문연가'의 전개 방식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다.
풋풋한 시작과 첫 사랑을 노래하는 봄에는 이영훈이 쓰고 이문세가 부른 명곡 '소녀'가 덧입혀지고, 때로는 무모하리만큼 뜨거운 청춘을 담아낸 여름에는 '붉은 노을'과 '깊은 밤을 날아서'가 연주된다. 문득 떠오른 추억에 지나간 시간을 회상하는 가을에는 '휘파람',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울려퍼지고, 말년과 마지막 사랑을 그려내는 겨울에는 '옛사랑', '광화문연가' 등 명곡이 나지막이 노래된다.


그렇게 관객 앞에 드러나는 명우의 인생사,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뜻대로 되지만은 않고, 또 일관되지도 않다. 극에서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관계가 무너지고, 실연의 아픔을 치유해준 새로운 인연과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도 한다. 인생이 제 뜻대로 된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시대적 상황과 사회 현실 앞에서 좌절하곤 한다.
명우의 첫사랑이었던 수아는 학생운동에 헌신하겠다며 결별을 선언하고, 명우는 뜻하게 않게 군에 입대해 시위 진압대로 수아와 마주하게 된다. 학생운동을 하겠다며 떠난 수아는 학생운동에서 만난 중곤과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반미'를 외치던 중곤은 훗날 미국 차를 파는 딜러로 일한다.
깔끔하지 않고 아이러니로 점철된 이들의 인생은, 공연이라고 해서 예쁘게 포장한 삶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준다. 이는 수십 년간 한국 공연계에서 활동해온 극작가 고선웅의 장기이기도 하다. 그는 올해에도 연극 '칼로막베스', '리어왕외전', 창극 '살로메' 등에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해학적으로 표현해낸 바 있는데,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광화문연가'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냈다.
여기에 이지나 연출가의 농익은 연출도 올해로 9년째를 맞은 '광화문연가'의 완성도를 높였다. 기억이 겹겹이 쌓이는 만큼, 화음도 정직하게 구성됐고, 단순하면서 투박한 안무를 반복하면서 극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명우와 월하의 기역 여행이 끝난 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즐기는 커튼콜도 '광화문연가'만의 묘미다.
손준호와 이석훈이 주인공 명우에 분하고, 에녹과 차지연, 서은광이 월하 역을 맡았다. 월하 역은 성별 구분 없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젠더 프리' 방식을 택해 눈길을 끈다. 공연은 11월 15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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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MHN Sports로부터 제공된 콘텐츠입니다.